#둘러앉은밥상 에서 몇몇 품목을 설연휴에 발로뛰며 직배송을 하겠다는 공지를 보고, 나는 끝내 물어보고야 말았다. 그렇게 해서 뭐 좀 남나요.
둘밥 청년 한민성님 답하길, 기름값이나 나오면 다행이지요... 그래도 설을 넘기면 농산물 유통이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어 농부님들 상품을 한품목이라도 소비해드리고 싶어 기획했다는 답을 받았다.
어이구 이 청년아....나는 기름값 소비에 한몫 보태는 거 말고는 남는 장사도 안될 주문을 넣었다. 적토우 꽃등심과 유기농 배. 역시 설 하면 쇠고기, 설 하면 배니까. 사실 배를 맛있게 먹어본 기억은 별로 없었다.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집에서 자랐기에 젯상에 올랐다 내려온 배를 종종 먹긴 했지만 들큰하고 싱거워 맛도 향도 부족하고, 까끌거리는 식감도 내겐 별로였다.
그치만 원래는 오죽 맛있는 과일이었으면 젯상엘 다 올렸을까. 배 본래의 맛이 궁금하여 둘밥 배를 주문해본 것인데, 오와! 미묘하다면 미묘한 차인데 배라는 과일의 인상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했다. 수
많은 제삿날과 명절에 수많은 배를 깎았던지라 몸에 익은 강도로 칼을 넣어 쪼개는데 그때부터 감각이 완전히 다르다. 더 부드러우면서도 더 아삭아삭한 묘한 느낌. 게다가 밍밍한 과일이라 생각했던 배가 이렇게 은근한 향기를 품고 있다니. 포도와 딸기를 합친 듯한 향이 난다.
오호라. 껍질채 한개를 후르륵 먹어치우고 배 속도 버리기 아까와 봉지에 모아두었다. 좀 구질해보이려나 그래도 아까와 달여서 꿀넣고 환절기 감기예방용으로 먹어야지 엣헴, 요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진짜 맛. 화려하거나 강렬하진 않을지라도 원래의 맛을 발견한다는 건 혀끝만 아니라 마음까지 살랑살랑 움직이게 하는 경험이 된다
. 내 밑에서 뭔가가 꿈틀꿈틀 살아날 것 같은 기분. 그나저나 한때의 기분 전환을 위한 주문이 아니라 둘밥을 좀더 생활 가까이에 달고 살 수 있는 먹을거리를 찾았으면 좋겠는데.
#둘러앉은밥상 빗속 운전 조심하시고, 선생님들도 풍요로운 설명절 되세요. 서비스로 주신 달기농장 토마토즙은 이제 생협 말고 둘밥서 주문할까요? ㅎㅎ 오늘 저녁 김치찌개 육수로 사용 잘 할것 같습니다. 물론 후식은 배 뚜드리며 유기농 배! ·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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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글은 이혜진 님의 페북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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