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이런 삶이 가능하구나. 말뿐인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삶.
그렇게 효덕목장의 김호기-이선애 선생님을 알게 된 지 세 번의 해가 지났다. 그동안 이분들을 소개하지 못한 것은 나의 부족함.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머릿속으로는 이해되는데, 마음으로 공감하기에는 미처 어려웠던 부족함. 쉽지가 않았다. 펜을 들어 끄적거리기만 하면 되는데, 타자기를 켜고 두들기만하면되는데, 행복을 즐길 줄 아는 마음으로 또 건강한 정신으로 우유를 생산하시는 두 분의 삶을 내 입으로 말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 자기기준
요거트에 설탕을 넣는 것은 맛을 더하는 게 아니다. 원유가 좋지 못하건, 발효를 잘 못 시켰건, 요거트의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아, 고소함이 나타나지 않을 때, 단맛으로 맛을 감추기 위해 넣는다. 치즈는 그 깊이와 향을 균일하게 낸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공작을 하거나, 무엇을 만드는 일은 모두 쉽지 않지만, 살아 있는 균으로 음식을 만드는 치즈와 요거트를 다루는 일은, 그냥 놔두면 되는 일이 아니라, 늘 세심하게 관찰하고 다뤄줘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효덕목장은 둘밥의 기준에서, 개인 목장이 가장 넘기 힘든 벽을 넘었다. 그 벽은 어떤 단계가 있어 한 번 넘으면 끝나는 벽이 아니라, 매번 또 매일 그렇게 순간순간마다 넘어야 하는 벽인데, 둘밥은 이를 두고 [자기 기준] 이라고 이름 붙였다.
자신의 기준이 명확하고, 그것에 맞게 늘 자신의 먹을거리의 퀄리티를 조절하는 효덕목장. 그리고 어떤 일 속에서도 긍정의 힘으로 실천하는 김호기 농부님과 말보다 행동으로 또 바지런함이 온 살갗에 체득된 것 같은 이선애 농부님. 그 긍정의 정성이 바로 효덕목장의 치즈와 요거트에 묻어 있다. 이것이 바로 둘밥이 효덕목장요거트와 치즈를 둘밥이 소개하는 이유이고, 어느 곳에서 건 자신이 있게 말할 수 있다. 효덕목장의 요거트는 그리고 그 치즈들은 정말 제대로 만든 것이라고.
■ 송아지는 어미 젖을 먹고 자라야 합니다.
285일. 아홉 달 하고 보름. 그렇게 사람처럼 열 달을 어미 뱃속에서 지내다. 나오는 것이 송아지입니다.
좋은 원유를 생산하는 일은, 농장을 가꾸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젖소가 먹는 것까지 다 챙겨야야 하고, 젖소는 285일. 꼭 사람처럼 열달을 어미 배 속에서 자랍니다. 그렇게 열 달을 채우고 나오는 것이죠. 송아지가 태어나면, 생후 30분 안에 나온 첫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흔히 말하는 초유에요. 이때 엄마의 면역성분이 고스란히 담기게 되는데, 출산 후 맨 처음 나오는 젖과 두 번째 젖에 그 영양이 제일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7일 동안 송아지를 돌봅니다. 일주일이 지나면 사람이 분유를 먹듯 대용유를 먹이기도 하는데, 효덕목장의 원유만을 먹입니다.
■ 4.2000.20.60.960
오랜만에 목장에 찾아갔더니, 김호기 농부님과 이선애 농부님이 웃으시면서 티격태격하고 계셨다. 고성이 오간 것은 아니었지만, 무슨 일인가 하고 들어 보니, 송아지가 20마리가 생겼고, 농장에는 적정 규모가 있어 송아지를 내다 팔아야 하는데, 일이 바뻐 하루 이틀을 미뤘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차피 내다 팔 송아지이니 대용유라던지 좀 더 값싼 먹이를 찾는 것이 보통일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1리터에 약 2,000원 정도 하는 우유를 하루에 1마리가 4리터씩 60일을 먹었다. 스무 마리가 매일 최소 16만 원. 요즘 송아지 한 마리 가격은 2만 원 달이 지나 마리에 2만원에 판매하였고, 두 달 동안 송아지들이 먹은 우유량은 약 960만 원 어치.
효덕목장을 설명하고자 이야기를 정리하자 마음먹고 보니, 참 많은 수식어가 있었습니다. 처음 효덕 목장 두분을 뵈었을 때, 무작정 목장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 속도에 맞게 가는 것이라 일러주신 두 분. 꾸미는 것을 또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일에 익숙지 않은 효덕목장의 김호기 - 이선애 농부님에게 이렇게 수식어가 많이 붙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하루하루를 가벼이 두지 않고 충실히 살아왔던 날들이 거름이 되어 오늘을 단단하게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 정성(精誠)은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다해 자신이 말한 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
"발효라는게 참 많이 손이 가고 귀한 일이에요
그리고 지켜야 하고, 그런 걸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000 선생님이 참 좋아. 배우고 싶고요"
치즈는 어때요?
"치즈는 시집살이라고 해요.
특히 숙성 치즈는 만들기 시작하면,
하루에도 몇 번 씩 들여다 보고 체크하고 관리해줘야 하거든요.
어디 세미나 갔다고 교육을 받고 와도 치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크를 해야 해요".
아침 다섯시면 젖 짤 준비를 해야 하는 효 덕목 장은 새벽에 일을 마쳐도 쪽잠을 자고 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낮에 눕지 않고 다시 치즈를 돌보시지요. 생 치즈라고 불리는 스트링 치즈를 만들 적에도 치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지 않으시고, 다시 치즈를 만듭니다. 실 미원의 장명숙 농부님께서는 일전에 둘밥에게 정성에 관해 말씀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정성의 '정精'은 정력이라는 단어에 쓰일 때처럼 우리 몸의 에너지를 형상화한 말이라고 해요.
정精의 쌀 미米는 쌀로 대표되는 먹을거리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말하는 것으로
곡기穀氣나
지기地氣라고도부를 수 있고
푸를 청靑은 푸름으로 상징되는 하늘의 기운, 즉 숨을 통해 들어오는 기운을 말한다고 하는데, 이는 몸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통로인 경락과 관련이 있다고 하고요.
이 에너지는 마음과의 관계도 밀접하며,
정성의 '성誠'자를 파자해보면 말을 이룬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는 거죠.
다시 말해 정성(精誠)은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다해 자신이 말한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 라고 해요 "
정성이란 말을 소홀히 쓰지 않고, 온 진심으로 온 살갗으로 업을 행하는 실미원. 그 실미원에서 주신 말씀을 효덕목장을 통해 다시 확인합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좋은 점을 자랑하기보다, 더 낮은 자세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익혀 체득시키는 일을 행하시는 효 덕목 장은 자신이 말씀하시는 바를 지키기 위해 정말 수고하시는 목장입니다. 내 아이가 먹을 먹을거리라는 말을 소홀히 사용하지 않으시는데요. 그것은 효덕목장의 치즈와 요거트가 맛도 있지만, 끊임없이 모르는 것을 배우고, 아는 것을 더 배우며 실천하시는 이선애 농부님의 오늘에서도 묻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치즈가 다른 농장보다 무엇이 더 뛰어나니 보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건강한 원유를 가지고,
타협하지 않고, 늘 더 높은 기준으로 자세를 가다듬고, 치즈 만드는 일에 임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알지만,
식초는 본래 술을 담갔다가 다시 식초로 숙성 시키는 2차 발효를 거치는 식품입니다.
이제는 효율성 때문에 자연발효 식초라고 불리는 것들도 며칠에서 몇 개월 만에 식초를 만들지만,
와인으로 2년을 숙성하고, 다시 식초로 4년을 숙성한 실미원의 식초.
그 고집스러운 식초. 그분들이 해주신 정성이란 단어를,
효덕목장을 마주하며, 깨닫습니다.